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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리의 인생
단조로운 삶
이 깃펜을 잡은 손이 가족의 경작지를 돌보느라 다부지고 거칠다. 내 어깨는 딱 벌어졌고 몸은 튼실하다. 밭일을 하도록 태어나 죽을 때까지 그 일만 하는 것, 그것이 우리 가족이 대대로 맞은 운명이다. 아아, 하지만 모험이 약속하는 유혹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한 번은 어렸을 때 우리 경작지 가장자리에서 씨를 뿌리다가 숲에서 휘파람 소리를 들었다. 난 당장이라도 망가질 듯한 울타리를 몰래 넘어 그 소리를 따라갔다. 결국 어느 젊은 음유시인이 나무 그루터기에 기댄 채 휘파람을 불며 플루트를 깎는 모습을 발견했다. 한밤 중에 텅 빈 밭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 화나신 아버지와 마주치고 말았다.
아버지는 날 다시 일터로 보냈지만 날 매혹에 빠뜨렸던 휘파람 소리까지 막지는 못하셨다...
발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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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의 부름
난 장이 서는 날을 좋아했다. 그 운명적인 날, 나는 우리 가족의 멜로디가 날 멈춰세울 때까지 여러 이야기와 비밀을 농장 채소와 맞바꿨다. 오래 전 날 숲속으로 유인했던 그 멜로디가 다시 날 부르고 있었다. 난 곡식 자루를 떨어뜨린 채 그 소리를 따라갔다
웅성이는 군중에 둘러싸인 음유시인이 플루트로 사람들을 홀리는 곡을 연주하고 있었다. 내 안의 무언가가 그동안 잊고 있었던 씨앗처럼 활짝 피어났다.
"어서 구름 밖으로 뛰쳐 나와!"그날 저녁, 아버지는 저녁 밥상에서 입에 든 감자 요리를 튀겨대면서 나에게 고함을 치셨다.
"넌 피를 잘못 타고났어! 네 손을 봐라. 이렇게 큼지막하고 튼튼한 손으로 무슨 악기를 다룬다는 거야!아버지는 말린 빵 한 조각을 입에 욱여넣은 뒤 우물 물로 목을 축이셨다.
"넌 농부의 자식이야. 그건 바꿀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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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개척
"새들은 원하는 곳 어디든지 날아가는데, 나라고 안 될 거 있나?"
아버지가 모아오라고 한 장작을 패러 간 동안 이와 같은 생각이 내 머릿속을 휩쓸고 지나갔다. 상념에 사로잡혀 나는 좋아하는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다시 눈앞의 광경에 집중하자 까치 한 마리가 내 발치에 앉은 모습이 보였다.
"어째서 날아가지 않는 거니, 까치야? 나였다면 훨훨 날아갔을 텐데." 라고 말했다. 까치는 어리둥절한 듯 그저 머리를 갸우뚱했다. 나무를 손에 쥔 내 두 손을 바라봤다. 내가 가진 농부의 손으로 플루트를 깎을 수 있다면 또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어쩌면 내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내 가족을, 사랑하는 사람을 정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언제 일하고 언제 춤춰야 할지 결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어떻게 성장하고, 어렸을 땐 어떤 기분을 느껴야 하는지 알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저 "가정"일 뿐이라는 사실은 알았지만, 그 "가정"만으로도 충분했다. 난 조각용 칼과 플루트를 가방에 넣은 뒤 휘파람을 불며 농장에서 멀어졌다. 그 뒤로 결코 뒤돌아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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