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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군하는 언데드
나는 기나긴 잠에 빠진 상태야
건설 현장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던 내 판단은 잘못된 것이었어. 난 다른 녀석들이 떠난 뒤 한참 후까지 나무 대들보를 옮기며 뼈가 으스러져라 일했지. 고르만더 왕께서는 북부군이 쳐들어오기 전에 이 탑을 완공하기를 바라셔... 내가 볼 때는 탑이 완성된다고 해도 크게 달라질 건 없지만, 내가 뭐라고 거기서 한 마디를 거들겠어. 잠깐 숨 좀 돌리던 사이에 난 그만 곯아떨어졌지. 그때 내가 본 건 꿈 아니면 일종의 경고였을 거야. 대지가 뒤흔들렸어. 저 밑에서부터 규칙적으로 흔들리며 내 귀를 울렸고 밀물처럼 머릿속을 메아리쳤지. 난 내일도 건설 현장에 머무를 거야. 어제 내가 경험한 게 꿈이었다고 확신하고 싶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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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은 아무런 가치도 없어
혹시라도 이 편지를 발견하는 사람은 곧장 고르만더에게 가져다주기를. 나랑 동료들은 이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처음엔 북부군이 몰려오는 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했다. 정말 무시무시한 생각이었지만 내가 목격한 것은 그보다 훨씬 끔찍한 광경이었다. 외눈박이 거인이 산꼭대기에서 내려왔는데 살갗이 불타고 썩는 냄새가 진동했다! 녀석들이 똘똘 뭉쳐 저 아래 계곡으로 내려가는 소리가 들린다! 어디로 향하는 건지는 모르지만 넋 놓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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