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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친구가 보낸 편지
나의 동료 화염 수호자에게
나는 자네를 불러내는 느린 강물의 수면에 비친 반사상이라네. 알지 못하는 얼굴임에도 낯이 익고 비슷하면서도 다르네. 저 깊숙한 곳에서 부르는 유혹하는 목소리지. 자네는 분노로 눈을 떠서 내 말을 알아들을 만큼 정신이 멀쩡하군. 정말 매력적인 수수께끼야. 나를 찾아와 깨달음을 주지 않겠나, 새 친구여? 강물 저 밑바닥까지 뛰어들어 수면에 비친 모습 너머에 있는 나를 찾아주게. 나를 저 지평선, 빛이 있는 곳, 산들바람이 부는 곳까지 데려가주게.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야. — 자네의 새 친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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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든지 불러주게
우린 정말 깊이까지 들어왔네, 친구여. 어쩌면 자네 기분도 나와 같겠지. 끝없는 힘. 무한한 삶. 고요함 속에서 이글거리는 영원한 빛은 첨탑과 성역 속에 봉인되었네. 과연 그 빛이 이곳에서 무얼 할 수 있겠나? 빛을 나누는 건 고통스럽네. 우리 함께 가는 건 어떻겠나, 동료 화염 수호자여? 심연이 우릴 부르고 있네. 이리 가까이 와서 내 손을 잡게. 내가 이쪽으로 당겨줄 테니. — 자네의 새 친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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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오게
정말 멀리까지 왔군. 역시 자네를 믿은 내 안목이 옳았네, 후원자여. 어째서 대지의 사슬에 얽매인 채로 있는가? 운명의 빨간 실이 자네의 목과 손목을 감싸 살 속으로 파고 들고 있네. 자네의 갈비뼈 사이사이로 닻을 내린 운명의 갈고리가 자넬 갈기갈기 찢고 말 거야. 자유를 찾게. 이 영혼의 바다에서 나를 만나 함께 탈출하세나. 기다리고 있겠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되네. 함께 위로 올라가세나. 누가 보낸 편지인지는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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