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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 대상단
지평선 위에 나타난 연기
수라트의 휴식지 위쪽이 불타고 있다. 너무 늦은 것이다.
놈들은 까마귀 아성에서 탈출해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이제 수라트의 휴식지에 남은 건 광기의 불씨 뿐이다. 어머니라면 어떻게 했을까?
어머니라면 해가 뜨기 전에 이동을 재촉할 것이다. 짐은 최대한 줄이고 빠르고 조용하게, 바람을 등지고 걸을 것이다. 롱킵까지 가는 길은 위험이 가득하지만... 그래도 가야 한다.
파이크미드에 영광이 있기를. 고대인의 축복이 있기를.
- 제즈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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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학살극
눈에 불을 켜고 감시해야 했는데. 내 불찰이다.
상상 이상으로 흉포해진 놈들이 밤에 우리 야영지를 습격했다. 놈들의 털가죽에 묻은 혈흔이 시간이 지나면서 검은색으로 변해갔다. 우리는 놈들의 새로운 영역을 지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 형제자매 중 절반 이상이 습격으로 죽었다. 각종 약초를 넣어 지독하게 쓴 압생트 때문에 입술이 얼얼하다. 나는 형제자매를 지키려 도끼를 들고 싸웠다. 갑옷은 찢어지고 손은 피로 붉게 물들었다. 부카 결투장 놈들의 영역을 지나가는 게 아니었다.
어머니, 제게 희망을 잃지 않을 힘을 주세요. 어머니의 핏줄답게, 난 형제자매를 위해 견뎌내야 한다. 그리고 두 번 다시는 과오를 범하지 않으리라.
- 제즈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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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곳의 재발견
두 번 다시 이 산에서 석양을 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어릴 적에는 저녁 무렵에 비친 태양이 정말 밝게 보였다. 노을은 라벤더나 포도의 아른거리는 선명한 빛깔에서 귤과 금잔화 색을 절묘하게 조합한 것처럼 빛나더니, 화려한 붉은빛을 내며 어두워져 갔다. 지금은 온통 회색빛 뿐이다.
고대인의 가호와 빛으로 북부 대상단을 지켜 달라고 기도를 올렸다. 나는 사이러스를 믿고 있다.
롱킵이 눈에 들어온다... 다들 피로에 지친 모습이 역력하지만 우리는 쉴 수 없다. 먼저 떠난 이들을 위해서라도 더욱 노력해야 하며, 그만큼 신속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배웠으니까.
이상한 감각이 느껴진다. 이건... 두려움에 가깝다.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또다시 홀로 걷게 될 것 같다... 어째서 이 두려움을 떨칠 수 없는 걸까? 아니면 이건... 어떤 일의 전조일까?
- 제즈미나 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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