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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제작 레시피
내 계획을 들어보게, 형제여
이 좀 그만 떨고 잘 들어보게. 나한테 이 끔찍한 저주를 풀고 화염의 축복을 다시 받을 방법이 떠올랐거든! 먼저 괜찮은 화로랑 샹들리에를 하나씩 만들고 양초까지 잔뜩 준비하는 거야. 다음으로 어렸을 때 우유를 충분히 마시지 않아 뼈가 약한 약골 녀석을 하나 찾아야 하네. 그리고 녀석을 산산조각내는 거야. 네 번째로는 녀석의 슬프고 연약하고 앙증맞은 뼈를 불구덩이에 신성한 제물로 바친 뒤 화염께서 우릴 용서해주실 때까지 신나게 춤을 추는 거지! 노래를 불러도 좋지만 내가 아는 노래라곤 "파이크미드에 마치는 송가"가 유일하거든. 혹시 음유시인 발이 지은 노래를 안다면 자네도 함께 부르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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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식할 시간!
정말 칙칙한 굴이군... 영원한 고통은 진부하기 짝이 없다고 했던 게 누구였더라? 간단한 방법으로 활기를 좀 불어넣어야겠어. 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네. 바로 로 만든 왕좌야. 한번 상상해 보게. 정말 오싹하고 무시무시하겠지. 중세느낌도 나고. 그래, 좀 뻔하긴 하지만... 적수의 유해 위에 편안히 앉을 수 있는데 점잔 뺄 게 뭐가 있나? 아, 이럴 때는 참 머리가 잘 돌아간다니까. 아예 실내 가구 제작자로 일했어야 하는 건데. 언데드로 다시 태어나는 건 당연히 바라지도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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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여기 계셨다면
엄마가 계셨다면 천장에 샹들리에를 달고 구석구석마다 촛불을 밝히고, 오래된 책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나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셨겠지. 엄마의 따뜻하고 낭랑한 목소리가 환한 촛불이 쏟아지듯이 이 공간을 가득 채워줬을 텐데. 난 엄마가 직접 짠, 사프란으로 염색한 주황색 담요를 품에 꼭 안은 채 엄마의 이야기에 몇 시간이고 귀를 기울였을 거야. 달콤한 카모마일 차를 한 모금 마시며 기분 좋게 곯아떨어지겠지. 하지만 엄마는 여기 안 계셔. 이제 어둠이 내 새로운 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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